제3강. 공자의 철학2: 이름과 분별의 정치
1. 공자의‘인(仁)’
- 시경의 ‘인(仁)’: ‘씩씩하다’, ‘남자답다’ 등의 의미로 쓰임. 공자는 이 단어를 철학적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
“숙(叔)이 사냥을 가니 마을에 사는 사람이 없는 듯. 어찌 사는 사람이 없을까마는, 숙처럼 정말 아름답고도 인(仁)한 이가 없기 때문이라. 숙이 사냥을 가니 마을엔 함께 술 마실 사람이 없는 듯. 어찌 함께 술 마실 이 없을까마는, 숙처럼 정말 아름답고도 좋은 이가 없기 때문이라. 숙이 들로 나가니 마을에는 말 탄 사람이 없는 듯. 어찌 말 탄 사람이 없을까마는, 숙처럼 정말 아름답고도 늠름한 이가 없기 때문이라.(叔于田, 巷無居人. 豈無居人, 不如叔也, 洵美且仁. 叔于狩, 巷無飮酒. 豈無飮酒, 不如叔也, 洵美且好. 叔適野, 巷無服馬. 豈無服馬, 不如叔也, 洵美且武.)”—시경(詩經)「정풍(鄭風)․숙우전(叔于田)」
- 인간[人]과 인간다움[仁]: 인(仁)은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 즉 ‘인간다움’. 공자는 인간다움으로서의 인(仁)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달성해야 할 삶의 의미와 가치로 봄.
“맹자가 말했다. ‘사람다운 자가 사람이다.’(孟子曰:「仁也者, 人也.」)”—맹자「진심(盡心)」하(下)
- 포괄적 덕목으로서의 인(仁): 인간답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여러 덕목들을 포괄적으로 갖추어야 함.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인(仁)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다섯 가지를 세상에 행할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인(仁)이다.’ 그 다섯 가지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말했다. ‘공손함, 관대함, 믿음직함, 민첩함, 은혜로움이다.’(子張問仁於孔子.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爲仁矣.」 請問之. 曰:「恭寬信敏惠.」)”—논어「양화(陽貨)」
“번지(樊遲)가 인(仁)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집에 있을 때에는 공손하고, 일을 할 때에는 경건하며, 다른 사람과 사귈 때에는 충실한 것이다.’(樊遲問仁. 子曰:「居處恭, 執事敬, 與人忠.」)”—논어「자로(子路)」
“번지(樊遲)가 인(仁)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樊遲問仁. 子曰:「愛人.」)”—논어「안연(顔淵)」
- 타인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으로서의 인(仁): 인간답기 위해 갖추어야 할 세부적 덕목들은 자신의 욕구나 이익, 권리 등을 타인에게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자기 주장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음.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자기 겸양의 태도에서 오는 덕목들임. 어떤 사람이 인간다운지는 그가 보여주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보살핌의 행위에 달려 있음.
“번지(樊遲)가 인(仁)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樊遲問仁. 子曰:「愛人.」)”—논어「안연」
- 인(仁)을 행하는 방법으로서의 ‘서(恕)’
“공자가 말했다. ‘무릇 인간다운 자는 자기가 서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서게 하고, 자기가 달성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달성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서 비유를 취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다워지는 방법이다.’(子曰:「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논어「옹야(雍也)」
“자공이 물었다. ‘일생동안 행할 만한 한 마디 말이 있을까요?’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서(恕)일 것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지 마라.’(子貢問曰:「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위령공(衛靈公)」
- 인(仁)과 ‘자기[己]’: ‘자기[己]’는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에 기초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보살필 책임이 있는 주체이자, 부단한 수양을 통해 완성해야 할 주체. 공자는 자기 수양, 즉 ‘수기(修己)’의 중요성을 강조함. 공자에게 서(恕)는 인간 공동체 속에 상호배려와 상호이해를 가져오는 방법.
2. 인(仁)과 예(禮)
- 인간다움을 달성한다는 근본 목적 없이 형식적으로 예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함. 또한 타인을 배려하는 구체적 행동들은 사회질서나 인간관계의 규범에서 벗어나서는 안 됨.
“공자가 말했다. ‘인간[人]이면서 인간답지[仁] 않으면, 예(禮)인들 무엇하랴! 인간이면서 인간답지 않으면 음악인들 무엇하랴!’(子曰:「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논어「팔일(八佾)」
- 인(仁)과 극기복례(克己復禮)
“안연(顔淵)이 인간다움[仁]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극기복례(克己復禮)함으로써 인간다움을 이룬다. 하루라도 극기복례(克己復禮)하면 온 세상이 인간다움[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간다움을 이루는 것은 자기[己]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겠는가?’ 안연이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고 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지어다.’(顔淵問仁. 子曰:「克己復禮, 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顔淵曰:「請問其目.」 子曰:「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논어「안연(顔淵)」
- ‘극기복례(克己復禮)’의 두 가지 해석: ①자기를 극복하여 예를 회복한다.(송대 주자학자들의 해석) ②자기를 능숙하게 만들어 예를 되풀이해서 행한다.(청대 고증학자들의 해석) → ‘극(克)’은 ‘이기다․극복하다’는 뜻 이외에 ‘감당하다․견뎌내다․능숙하다’는 의미가 있음. 갑골문에서 이 글자의 자형은 병사가 커다란 투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본뜬 것.
3. 군자(君子)와 덕치주의 정치론
- 군자(君子)의 ‘수기안인(修己安人)’: 공자는 자신의 이상적 인간상을 ‘군자(君子)’로 집약시켜, 사회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정치적 주체의 상을 그려 보임. 군자는 자기 수양[修己]을 통해 타인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安人] 인간.
“자로(子路)가 군자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경건하게 자기수양을 한다.’자로가 말했다. ‘이와 같을 뿐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자기를 수양해서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 ‘이와 같을 뿐입니까?’ ‘자기를 수양하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요․순 임금조차도 애태우신 일이다.’(子路問君子. 子曰:「修己以敬.」 曰:「如斯而已乎.」 曰:「修己以安人.」 曰:「如斯而已乎.」 曰:「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논어「헌문(憲問)」
- 정치[政]와 정명(正名): 공자는 정치의 급선무는 이름을 바로잡는 것, 즉 정명(正名)에 있다고 봄. 누군가에게 사회적 호칭을 명명(命名)하는 것은 그 호칭에 합당한 역할과 기능을 요구하고 명령하는 행위와 같음.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의 사회적 호칭에 합당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는 것이 정명(正名).
“자로(子路)가 물었다. ‘위(衛)나라의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정치를 맡기신다면, 선생님은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습니까?’공자가 대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을[正名] 것이다.’ 자로가 말했다. ‘이렇군요, 선생님께서 물정에 어두우심이! 어찌 바로잡겠다는 것입니까?’공자가 말했다. ‘촌스럽구나, 자로야! 군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子路曰:「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必也正名也.」 子路曰:「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子曰:「野哉, 由也! 君子於其所不知, 蓋闕如也.」)” —논어「자로(子路)」
“제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입니다.’(齊景公問政於孔子, 孔子對曰:「君君, 臣臣, 父父, 子子.」)” —논어「안연(顔淵)」
“공자가 말했다. ‘고(觚)가 모가 나지 않았는데도 고라고 할 것인가! 고라고 할 것인가!’(子曰, 觚不觚, 觚哉, 觚哉.)” —논어「옹야(雍也)」
- 정치[政]와 바로잡음[正]: ‘政’은 ‘正(바를․바로잡을 정)’과 ‘攵(攴, 칠․때릴 복)’의 합성어. 정치는 물리적 강제력이나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여 사회구성원들을 바로잡는 행위에서 유래했음을 암시. 공자는 정치에서 ‘攵’에 해당하는 행위를 배제시켜야 한다고 신념하에 정치를 ‘正’으로만 규정. 또한 바로잡음의 대상은 위정자들 자신이라고 주장. 위정자들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으면 백성들의 복종은 자연스럽게 획득된다는 관념.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정치[政]란 바로잡음[正]입니다. 그대가 솔선해서 자신을 바로잡는다면, 어느 누가 감히 자신을 바로잡지 않겠습니까?’(季康子問政於孔子. 孔子對曰:「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논어「안연(顔淵)」
“공자가 말했다. ‘진실로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한다면, 정치에 종사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할 수 없다면, 어찌 다른 사람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子曰:「苟正其身矣, 於從政乎何有. 不能正其身, 如正人何.」)” —논어「자로(子路)」
- 덕(德)과 무위(無爲): 덕은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서도 타인을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도덕적 감화력. 덕은 타인들의 자발적 복종들을 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힘. 공자는 군주가 덕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 덕으로 정치를 하는 자는 타인에게 인위적이고 강압적으로 명령을 하거나 힘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위(無爲)’를 행한다고 할 수 있음.
“공자가 말했다. ‘자기 자신이 바르다면, 명령을 안 해도 일이 잘 시행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子曰:「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논어「자로(子路)」
“공자가 말했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수많은 별들이 그것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도는 것과 같다.’(子曰:「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 而衆星共之.」) —논어「위정(爲政)」
“공자가 말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천하를 잘 다스린 사람은 저 순임금이리라. 그가 무엇을 했겠는가? 자기를 공손하게 하고 바르게 남면(南面)했을 뿐이다.’(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논어「위령공(衛靈公)」
'동양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사, 사주, 철학과, 동양철학, 방통대 교양 등 동양철학 요점 정리 6. 노자의 철학1: 도와 덕 (0) | 2022.11.18 |
---|---|
도사, 사주, 철학과, 동양철학, 방통대 교양 등 동양철학 요점 정리 5. 맹자의 철학2: 맹자의 경쟁자들 (0) | 2022.11.17 |
도사, 철학과, 동양철학, 방통대 교양 등 동양철학 요점 정리 4. 맹자의 철학1: 인간의 본성 (0) | 2022.11.17 |
도사, 철학과, 동양철학, 방통대 교양 등 동양철학 요점 정리 2. 공자의 철학1: 인간다움과 예 (0) | 2022.11.15 |
도사, 철학과, 동양철학, 방통대 교양 등 동양철학 요점 정리 1. 동양철학이란 무엇인가? (1) | 202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