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강. 맹자의 철학1: 인간의 본성
1. 맹자(B.C.372-B.C.289)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 공자의 계승자로서의 맹자
“맹자가 말했다. ‘[…]공자 이래로 지금까지 백여 년이 지났다. 성인이 살던 시대와 이렇게 멀지 않고 성인이 살던 곳과 이렇게 가깝다. 그런데도 공자의 학설을 전하는 자가 없구나. 그의 학설을 전할 자 역시 없는 것인가!’(孟子曰:「[…]由孔子而來至於今, 百有餘歲, 去聖人之世若此其未遠也, 近聖人之居若此其甚也, 然而無有乎爾, 則亦無有乎爾.」)”—맹자「진심(盡心)」하(下)
- 사마천의 사기(史記)「맹자열전(孟子列傳)」
“맹가(孟軻, 맹자의 본명)는 추(鄒)나라 사람이다. 그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문인에게서 학업을 전수받았다. 맹가는 도(道)를 깨치게 되자, 제(齊)나라로 건너와 선왕(宣王)을 섬기고자 했다. 그러나 선왕이 그를 등용하지 않았다. 양(梁)나라에 갔을 때에도 혜왕(惠王)은 그가 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그의 말이 현실과 거리가 멀고 물정에 맞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무렵 진(秦)나라는 상앙(商鞅)을 등용하여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였고, 초(楚)나라와 위(魏)나라는 오기(吳起)를 등용하여 약소국을 전쟁으로 제압하였으며, 제(齊)나라의 위왕(威王)과 선왕(宣王)은 손자(孫子)나 전기(田忌)의 무리를 등용하여 다른 제후들로 하여금 동쪽으로 제나라에 조공을 바치게 하였다. 온 세상은 바야흐로 합종(合縱)과 연횡(連橫)에 힘썼으며, 남을 공격하고 정벌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맹가는 요․순 임금과 하․은․주 삼대의 덕을 천명하였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물러나 만장(萬章)과 같은 제자들과 함께 시경, 서경을 순서대로 편집하고, 공자의 뜻을 서술하여 맹자(孟子) 7편을 지었다.”
2. 인의(仁義)
- 인의(仁義) 대 이익[利]
“맹자가 양(梁)나라의 혜왕(惠王)을 만났다. 왕이 말했다. ‘노인장께서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오셨으니, 장차 제 나라에 이익[利]이 있을 테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왜 하필 이익을 이야기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大夫)들은 어떻게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하고, 사(士)․서인(庶人)은 어떻게 내 자신을 이롭게 할까 합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만일 의(義)를 뒤로 하고 이익[利]을 앞세운다면, 모두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孟子見梁惠王. 王曰:「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曰何以利吾國, 大夫曰何以利吾家, 士庶人曰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而國危矣.…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맹자「양혜왕(梁惠王)」상(上)
- 인(仁): 인간다움․사람다움.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 즉 불인지심(不忍之心)에서 나옴. 자신과 혈연관계에 있거나 친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미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 인간다움의 길.
“맹자가 말했다. ‘사람다운 자라야 사람이다. 합하여 말하자면 도(道)이다.’(孟子曰:「仁也者, 人也. 合而言之, 道也.」)”—맹자「진심(盡心)」하(下)
“맹자가 말했다. ‘…인(仁)한 자는 아끼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아끼지 않는 사람에게도 미치게 하고, 불인(不仁)한 자는 아끼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아끼는 사람에게도 미치게 한다.’(孟子曰:「…仁者以其所愛及其所不愛, 不仁者以其所不愛及其所愛.」)”—맹자「진심(盡心)」하(下)
“맹자가 말했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차마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 마음을 차마 보는 일에도 미치게 하는 것이 인(仁)이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 마음을 무슨 짓이든 하는 일에도 미치게 하는 것이 의(義)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면, 인(仁)은 이루 다 발휘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사람들이 남의 집 벽을 뚫고 담을 넘지 않겠다는 마음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면, 의(義) 역시 이루 다 발휘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孟子曰:「人皆有所不忍, 達之於其所忍, 仁也, 人皆有所不爲, 達之於其所爲, 義也. 人能充無欲害人之心, 而仁不可勝用也, 人能充無穿踰之心, 而義不可勝用也.」)”—맹자「진심(盡心)」하(下)
- 의(義): 의로움․올바름․마땅함. 올바른 일을 그것이 올바르다는 이유만으로 행하는 것. 공자는 의(義)를 이익이나 이득과 대비시켜 언급함.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익[利]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논어「이인(里人)」
“이득이 눈앞에 있으면 의(義)에 대해 생각한다(見得思義).”—논어「계씨(季氏)」
“이익이 눈앞에 있으면 의(義)에 대해 생각한다(見利思義).”—논어「헌문(憲問)」
- 인(仁)과 의(義): 맹자는 인(仁)과 의(義)를 나란히 붙여서 사용하기 시작함. 인(仁)을 편안한 집[安宅]에, 의(義)를 올바른 길[正路]에 비유함.
“맹자가 말했다. ‘[…]인(仁)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義)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두고 거처하지 않고, 바른 길을 버려두고 따르지 않으니, 슬프도다!’(孟子曰:「[…]仁人之安宅也, 義人之安路也. 曠安宅而弗居, 舍正路而不由, 哀哉.」)”—맹자「이루(離婁)」상(上)
3. 인간의 본성[性]
- 맹자는 공자가 제시한 도덕적 가치들을 인간본성론으로 뒷받침하려 함.
- 고자(告子)와 맹자의 본성 논쟁: 고자는 태어나면서부터 갖추고 있는 성향들을 본성이라 정의함. 식(食)․색(色), 즉 식욕과 성욕을 대표적인 인간 본성으로 꼽음. 맹자는 인간이 식․색을 타고난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는 데에는 반대. 인간 본성은 인간을 개와 소 같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시켜주는 특징으로서, 다른 동물과 공유하는 공통 속성이 아닌 인간만의 배타적 속성이어야 함.
“고자가 말했다. ‘타고난 것[生]을 본성[性]이라고 합니다.’ 맹자가 말했다. ‘타고나는 것을 본성이라고 하는 것은 흰 것들을 희다고 하는 것과 같은가?’ 고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흰 깃털의 흰색은 흰 눈의 흰색과 같고, 흰 눈의 흰색은 백옥의 흰색과 같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개의 본성이 소의 본성과 같고, 소의 본성이 사람의 본성과 같다는 말인가?’(告子曰:「生之謂性.」 孟子曰:「生之謂性也, 猶白之謂白與?」 曰:「然.」 「白羽之白也, 猶白雪之白, 白雪之白猶白玉之白與?」 曰:「然.」 「然則犬之性猶牛之性, 牛之性猶人之性與?」)”—맹자「고자(告子)」상(上)
“맹자가 말했다. ‘사람이 새나 짐승과 다른 점은 지극히 적다. 서민들은 그것을 버리고, 군자는 그것을 보존한다. 순(舜)임금은 여러 사물들의 이치에 밝고 인륜(人倫)을 잘 살피셨으니, 자기 속의 인의(仁義)를 따라 행한 것이지, 자기 밖의 인의를 행한 것이 아니다.’(孟子曰:「人之所以異於禽獸者, 幾希. 庶民去之, 君子存之. 舜明於庶物, 察於人倫, 由仁義行, 非行仁義也.」)”—맹자「이루(離婁)」하(下)
- 본성[性]: ‘性’은 ‘忄/心(마음 심)’과 ‘生(태어날․타고날 생)’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 고자는 ‘生’에만 중점을 두는 데 반해 맹자는 ‘心’에도 중점을 둠.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인간의 마음에서 찾음.
“맹자가 말했다. ‘[…]군자가 본성[性]으로 삼는 바는 마음에 뿌리를 둔 인․의․예․지(仁義禮智)이다.’(孟子曰:「…君子所性, 仁義禮智根於心.」)”—맹자「진심(盡心)」상(上)
4. 성선론(性善論)
- 본성[性]과 세(勢): 고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는 선(善)․불선(不善)의 구별이 없다고 주장함. 맹자는 고자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선(善)하다고 주장함. 인간이 불선(不善)을 행하는 것은 타고난 본성 때문이 아니라 외적인 힘들, 즉 세(勢)의 영향을 받아서라는 것.
“고자(告子)가 말했다. ‘사람의 본성은 여울물과 같다. 동쪽으로 터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주면 서쪽으로 흐른다. 물 자체에 동쪽과 서쪽의 구분이 없는 것처럼, 사람의 본성에도 선(善)과 선하지 않음[不善]의 구분이 없다.’ 맹자가 말했다. ‘물에는 진실로 동쪽․서쪽의 구분이 없다. 그러나 위․아래의 구분마저 없겠는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처럼 사람의 본성도 선(善)하고, 물이 아래로 흘러가지 않음이 없는 것처럼 사람의 본성도 선하지 않음[不善]이 없다. 물론 지금 손으로 물을 쳐서 튀어 오르게 하면 이마를 넘어가게 할 수 있고, 물을 막아서 역류시키면 산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다 외적인 힘[勢]이 그렇게 한 것이다. 인간 역시도 선하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본성이 외적인 힘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告子曰:「性猶湍水也. 決諸東方則東流, 決諸西方則西流. 人性之無分於善不善也, 猶水之 無分於東西也.」 孟子曰:「水信無分於東西, 無分於上下乎. 人性之善也, 猶水之就下也. 人無有不善, 水無有不下. 今夫水搏而躍之, 可使過顙, 激而行之, 可使在山, 是豈水之性哉. 其勢則然也, 人之可使爲不善, 其性亦猶是也.」)”―맹자「고자(告子)」상(上)
- 사단론(四端論): 맹자는 인(仁)․의(義)․예(禮)․지(智), 즉 사덕(四德)이 인간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사단론(四端論)으로 뒷받침하려고 함. 사단(四端)은 네 가지 단초 또는 실마리를 의미.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의(義)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예(禮)는 사양지심(辭讓之心)․공경지심(恭敬之心)을, 지(智)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단초로 함.
“맹자가 말했다. ‘[…]지금 사람들이 갑자기 어린 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본다면, 모두 깜짝 놀라서 측은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것은 어린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고 해서도 아니고, 마을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며, 비난의 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이로써 보건대, 측은한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고,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측은해 하는 마음은 인(仁)의 단초이고,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의(義)의 단초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단초이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은 지(智)의 단초이다.’(孟子曰:「…人皆有不忍人之心. 先王有不忍人之心, 斯有不忍人之政矣.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政 治天下, 可運之掌上. 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 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 非惡其聲而然也. 由是觀之,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맹자「공손추(公孫丑)」상(上)
- 본성과 수양: 인간의 본성은 외부로부터 어떤 방해나 손상을 입지 않고 충분히 배양될 경우 완전한 선으로 발현될 수 있는 잠재적 성향이지, 그 자체로 선한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실체는 아님. 잠재적 성향이 완전히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자기 수양의 노력이 필요함.
- 도덕과 욕구: 사단(四端)은 비계산적이고 직관적이며 충동적인 요소들임. 맹자는 식색의 성향뿐 아니라 도덕적 성향도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자 욕구의 일종이라고 생각함. 신체의 감각적 욕구가 충족될 경우 쾌락을 가져다주듯이 도덕적 욕구도 충족되면 큰 쾌락과 즐거움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함.
“맹자가 말했다.‘[…]사람들이 입으로 맛을 느끼는 데에도 다 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역아(易牙)는 우리의 입이 좋아하는 것을 먼저 안 사람이다. 개나 말이 우리와 같은 류가 아닌 것처럼, 입으로 맛을 느끼는 우리의 본성[性]이 사람들마다 다르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어찌 좋아서 다들 역아의 맛을 따르겠는가? 맛에 있어서 온 세상 사람들이 역아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사람들의 입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귀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리에 있어서 온 세상 사람들이 사광(師曠)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사람들의 귀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눈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도(子都)의 경우, 온 세상 사람들은 그의 아름다움을 안다. 자도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는 눈이 없는 자이다. 그러므로 입으로 맛을 느끼는 데에도 다 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귀로 듣는 소리에도 다 같이 듣기 좋아하는 것이 있고, 눈으로 보는 모습에도 다 같이 아름답게 여기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마음에 있어서만 유독 다 같이 그렇다고 여기는 것이 없겠는가? 마음이 다 같이 그렇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치[理]와 의(義)이다. 성인은 우리의 마음이 다 같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먼저 알았다. 그러므로 이치[理]와 의(義)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쇠고기나 양고기, 개고기나 돼지고기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과 같다.’(孟子曰:「[…]口之於味, 有同耆也, 易牙先得我口之所耆者也. 如使口之於味也, 其性與人殊, 若犬馬之與我不同類也, 則天下何耆皆從易牙之於味也. 至於味, 天下期於易牙, 是天下之口相似也. 惟耳亦然. 至於聲, 天下期於師曠, 是天下之耳相似也. 惟目亦然. 至於子都, 天下莫不知其姣也. 不知子都之姣者, 無目者也. 故曰, 口之於味也, 有同耆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所同然者何也. 謂理也, 義也. 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 故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맹자「고자(告子)」상(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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